달빛 사이로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

다독(多讀)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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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가희

판 형 : 130*188*17

쪽 수 : 296쪽

내 지 : 2도

값 : 15,000원

발행일 : 2021년 4월 26일

ISBN : 979-11-90641-41-5

 

 

달빛 사이로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 

잠 못 이루는 밤의 안식, 32권의 명작과 함께하다!

누구나 기억에 남는 한 권의 책, 한 줄의 문장 정도는 있을 것이다. 마음이 치이고 다쳐 힘들 때마다 무작정 책을 꺼내 들고 밤새며 읽었던 기억의 한 조각 또한 있기 마련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다가도 문득 책은 그렇게 슬며시 우리에게 위로의 힘을 보탠다. 

독일에 거주하며 15년째 방송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는 온전히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치고 힘겨울 때, 잡힐 듯 말듯 잡히지 않을 때, 일에 치이고 사랑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마저 치일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펼쳤다고 한다. 이 책은 그동안 자신의 마음을 다독인 책들과 그 속의 문장을 사유하며 책에 대한 감상을 자신의 삶 속 에피소드와 엮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다.

  • ​출판사 서평

한 권의 책이 선물한 특별한 위로

당신의 지친 마음에 문장의 온기가 닿다!

책이 전하는 감상의 포인트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읽는 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고 누군가는 관계에 대해, 누군가는 길들임에 대해, 또 누군가는 인생의 불시착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까닭에 많은 이들이 자신이 발견한 명작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작가의 삶 속 어느 한 장면을 따라 전개되는 에피소드와 함께 명작의 스토리와 작가의 사유를 쉬운 문체로 풀어주고 있다.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다 큰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서 존 밴빌의 《바다》를 떠올리고, 부부싸움을 하면서 결혼 생활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볼 때는 로런 그로프의 《운명과 분노》를, 일찍 생을 마감한 동명의 친구를 애도하면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다시 펼쳤다.

작가는 처음에는 책에 관해 쓰려 했는데 쓰고 보니 글로부터 위로받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이상과 현실, 사랑과 관계, 삶 속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독자들에게, 이 책은 대가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뿐만 아니라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마쳤을 독자들의 마음에 따뜻한 문장의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단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위로’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이 책 속 32권의 명작과 그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위로의 선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저자소개

강가희

새벽 달리기를 즐긴다. 숲, 볕뉘, 근사한, 담박하다, 아로새기다 다섯 개의 단어를 좋아한다.

종이,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혹은 어떤 이의 마음 언저리에 글을 쓰는 집필 노동자다.

마음이 시들고 싶지 않아서 매일 읽고, 쓴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너무나 시적인 삶을 살고 싶다.

《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 《꼭 한번 가볼만 한 터키 & 불가리아: 30대 두 방송작가가 만난 자유와 열정의 나라》(공저)

인스타그램  @kaiwriter

유튜브  다독이는 밤

  • 본문 엿보기

처음에는 책에 관해 쓰려 했는데 쓰고 보니 글로부터 위로받은 내 인생을 썼다. 잠 못 이루는 밤, 나를 다독여준 글들의 엮음이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마쳤을 당신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란다. 지친 마음과 문장의 온기가 마주 닿아 춥고 쓸쓸한 인생을 덮어주는 이불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외로움과 외로움이 만나면 사랑이 되니까.

-프롤로그: 외로움과 외로움이 만나면 사랑이 된다> 중에서

 

홀든과 같은 10대보다 어른들이 더 이 책에 사로잡힌 것은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이유 없는 방황이 아닌 ‘이유 있는 방황’을 겪어도 위로받지 못하고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나이의 중압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헤아려 본다.

모든 것들을 부정했던 10대의 사춘기는 강력한 태풍의 예행연습일 뿐이다. 인생이란 사계절에는 크고 작은 악천후가 찾아오고 그때마다 우리는 바람에 맞설지, 등질지, 뚫고 나아갈지 기로에 놓이게 된다. 사춘기와 달리 오춘기, 육춘기는 힘들다는 내색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어른이라는 직책을 가졌기에 참고 견뎌야 한다. 한 번쯤은 대놓고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울고 싶었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쌓인 나잇값을 하느라 참아야 했다. 무거운 이 삶을 누가 같이 좀 짊어주었으면 싶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버거워 보인다.

- <태풍의 눈을 찾아가야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_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중에서

 

나는 스물세 살 여름방학 때 대학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발견했다. 지금이야 이런 문장 형태의 제목이 유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쏟아져 나오지만 그 시절만 해도 확실하고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장형의 제목이 흔하지 않았다. 더욱이 사랑에는 이유가 없으며 그것이야말로 무결한 사랑이라고 여기던 통념과 달리 ‘왜’라는 의문문을 붙여서 사랑을 분석했다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 책날개를 보니 데뷔작이었다. 그는 스물세 살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통해 화려하게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약간 질투가 났다. 아니 어떻게 20대 초반에 이런 책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감히 넘볼 수 없는 필력에 심통이 났다. 신은 재능을 나눠주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불공평했다. 길고 나는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 한풀 기가 꺾여있었던 스물세 살의 나는 넘사벽의 그의 재능을 시샘하는 한편 크게 공감하며 부단히 밑줄을 그었다.

-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의 일이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_알랭 드 보통> 중에서

 

우리는 잘 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에게서 때때로 낯섦을 경험한다. 결혼은 내가 이 세상에서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착각에서 출발하지만, 죽을 때까지 알다가도 모를 그 사람이 내 옆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한 공간에서 부대껴 사는 사람이기에 잘 아는 것 같지만 밖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내면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많다.

부부란 평생을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책과 같다. 완독할 수 없기에 모든 문맥을 다 파악할 수도 없다. ‘부부’라는 이 어려운 책은 ‘이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결혼은 바꿔 말하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다. 당신과 내가 달라서 우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유연함이 ‘부부’란 독서의 지침서였다.

- <평생 다 읽지 못할, ‘책’: 《운명과 분노》_로런 그로프> 중에서

 

수많은 인물 가운데 자기 감정에 가장 솔직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안나 카레니나를 택할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전쟁과 평화》를 끝내고 차기작을 모색하던 작가는 기차선로에서 신원 불명의 훌륭한 옷차림을 한 여인이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공교롭게도 이 기사의 주인공은 안나 피고로바로. 톨스토이 이웃의 내연녀였다. 러시아 상류사회에서는 불륜이 만연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많은 유부녀들이 외도를 일삼았지만 값비싼 드레스 사이로 이를 숨겼다. 반면 안나는 감정을 ‘기만’이란 치마폭에 가리지 않았다. 작가는 통속을 거부한, 한 여자의 사랑을 세 권이나 되는 장서에 담았다.

- <전부를 건 사랑은 비극일까: 《안나 카레니나》_레프 톨스토이> 중에서

 

그 누구도 혼자서 재앙을 이겨낼 수는 없다. 국난을 극복하는 근간은 ‘함께’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인간이 동행이 아닌 고립을 선택했을 때, 한 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부엔디아 가문을 통해 보여준다.(중략)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이 고독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사랑을 몰라서였다. 그들이 아이를 낳는 과정은 대부분 본능적인 욕구에 의한 것이었지 사랑의 결실이 아니었다. 대가 이어질수록 줄어드는 자손의 수가 이를 증명한다. 타인의 불행을 외면했고 폐쇄적인 사회에서 도전과 열정 없이 살다가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고독의 결말은 자멸이었다.

고독이 의미하는 바는 다양하지만 이 책에서의 고독은 ‘개인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인간은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다. 사랑할 수 없어서 외로운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각자 외로운 섬이 될 때, 타인의 불행에 눈감을 때 공동체는 무너진다. 마콘도 사람들은 이 고독의 악순환을 끊지 못했다.

- <고독을 빌려 사랑을 말하다: 《백 년 동안의 고독》_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중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읽게 된 것은 영화 〈미쓰 홍당무〉를 보고 나서였다. 영화에서 왕따인 선생님 미숙(공효진 역)과 학생 종희(서우 역)가 준비하는 연극이 〈고도를 기다리며〉다. 사회에서 소외된 두 사람은 연극을 준비하며 둘만의 연대를 형성해 나간다. 그녀들이 주고받는 어처구니없는 대사와 행동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닮았다. 누가 봐도 이들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독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하는 말들은 보편적이지 않았고 행동은 어설프다. 관계의 큐알 코드를 읽어낼 수 있는 리더기가 없다는 것은 사회라는 무대에서 치명적인 결함이다. 서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싫어했고 얕잡아보았다. 신기한 것은 그런 두 사람이 답답할지언정 외로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쓸쓸함도 느낄 수 없다. 외려 엉뚱 발랄한 유대가 쾌감마저 안겨 준다. 영화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타인의 모멸감 속에서도 미숙과 종희가 연극을 계속 준비할 수 있었던 것,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닌 둘이라는 공생의 뿌리 덕분이었다.

- <당신은 누구를 기다리며, 누구의 기다림인가: 《고도를 기다리며》_사무엘 베케트> 중에서

 

스티븐스는 일평생 직업에 헌신했다. 워라벨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자면 답답한 남자로 비춰질 수도 있다. 아버지의 마지막도 지키지 못했을 만큼 열심히 살았지만 일도 사랑도 모든 것을 잃었다. 그것은 주어진 일에만 충실한 나머지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일종의 방종에 대한 대가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지나온 날들을 후회하며 원망했겠지만 스티븐스는 잠시 상실감에 빠졌을 뿐 더 이상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 주인을 위해 또 한 번 능력을 발휘해보리라 마음먹는다. 어찌

되었건 자신이 일평생 품위 있는 삶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 품위가 잘못된 선택의 결과 앞에서 흔들리는 그를 지탱해주었다.

선택에 대한 후회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할 때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퇴보하는 시기가 있다. 후회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자책과 책망으로 가득찬 오늘은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 <살아온 나날보다 더 아름다울: 《남아 있는 나날》_가즈오 이시구로> 중에서